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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육적 노동탄압” 노조 생긴 천재교과서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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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재교과서지부 작성일 25-05-23 01:23 조회 2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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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을 받은 팀원에게 언제 퇴사할 거냐고 하루에도 열두 번 물어보는 상사가 있었다. 남성 상사가 어린 여성 팀원에게 ‘니 퇴사일을 캘린더에 표시해놨다. 너는 너무 드세다. 무슨 좋은 꼴을 본다고 안 나가고 이렇게 버티고 있냐’는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 짐을 싸는 동료들이 옆자리, 뒷자리, 건너편 자리까지 넘쳐나는 모습을 보고 울분을 참으며 급하게 노조를 만들었다.” (박성연 전국언론노동조합 천재교과서지부장)

교과서 시장 점유율 1위인 천재교과서 구성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서 지난 22일 사내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전국언론노조 천재교과서지부는 지난 29일 서울 금천구 천재교과서 사옥 앞에서 노조 출범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해고 부당 대기발령 노조로 저지하자”, “고용 안전 지켜내고 단체 협약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출범 기자회견인 만큼 “천재교과서 구성원 여러분 노조에 함께해요”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할애해 열린 기자회견에는 다수 기업이 밀집해있는 디지털단지 내 직장인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이들 발언을 듣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천재교육 관계사인 천재교과서는 지난달 21일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대상자는 주로 온라인 학습 플랫폼 ‘밀크티’ 관련 부서 소속으로 한달 간 약 250여 명이 반강제적으로 퇴사했다. 회사 측은 AI(인공지능) 교과서 정책에 따른 손실과 밀크티 부문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들었으나, 구성원들은 회사가 무리하게 펼친 사업에 따른 적자를 AI 교과서 핑계를 대며 관련 없는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권고사직과 직무변경을 강요하고 거부하면 대기발령을 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당 대우도 논란이 됐다. 회사는 언론에 “모든 것은 당사자의 동의와 합의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성연 지부장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정리해고 대상자들이 선정되는 과정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었다. 누구는 출산 휴가를 갔다고 대상자가 됐고, 누구는 계약 연장을 확인받았는데도 단순히 계약직이라고 몰아냈고, 누구는 연차를 많이 썼다고 몰아냈다”며 “대기발령까지 버티며 노조가 만들어지자 회사는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이제 타깃이 바뀌었다. 다른 사업부에서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고, 파주 인쇄공장으로의 관계사 전직이 유사 직무라며 당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노조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조가 없었던 천재교과서는 특히 업무 강도가 높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직원들이 많았기에 동료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찾기 쉽지 않았다”며 “노조 설립은 정리해고라는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처절한 몸부림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는 구성원들을 향해 “여러분의 제보가 회사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도를 타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의 정리해고를 막는 것 뿐 아니라 노조가 있는 회사가 얼마나 괜찮은 회사가 될 지 만들어보고 싶다. 다시는 회사의 불법적 처우에 맥없이 동료들을 잃고싶지 않다”고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 및 김원중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 사무국장, 정철훈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장, 신성민 서비스일반노조 한솔교육지회장 등 언론·출판업계 당사자들도 자리했다. 이호찬 위원장은 “대한민국 1등 교육 기업임을 내세우는 천재교과서에서 이토록 반교육적 노동 탄압이 자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천재교과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사실상 부당해고이고 협박이고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더 이상 부당한 구조조정과 구성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이어진다면 천재교과서는 도덕적 책임, 사회적 비난뿐 아니라 분명한 법적 책임을 질 것임을 공개 경고한다”고 했다.

출판업계 당사자들은 출판계에 만연한 부당 대우를 지적하며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중 사무국장은 “천재교과서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고사직 거부에 따른 불이익, 실업급여를 보상이라고 부르는 뻔뻔함 등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출판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회사 규모가 작아서, 함께할 동료들이 적어서 쉽게 용기내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았다”며 “노조 안에서만큼은 회사에서 당한 것처럼 부당한 일 없게 평등하고 안전한 조직을 만들자. 더 많은 동료들이 노조를 찾아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윤유경 기자 2025.04.30 16:04

출처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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